© 아세안연구원 | 글: 이유진
2025년 3월 11일, 필리핀 전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에 따라 홍콩에서 귀국하던 도중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체포되었다. 이는 그의 임기 중 시행된 강경한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하여 인권 유린 혐의로 국제적 조사가 이어진 결과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재임하면서 수천 명의 마약 용의자에 대한 초법적 처형을 묵인하거나 직접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제 인권 단체들과 피해자 가족들은 이로 인해 정의가 짓밟혔다고 주장해 왔으며, ICC는 2021년부터 이에 대한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2025년 2월, ICC는 두테르테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고, 3월 초 귀국 중이던 그를 필리핀 당국이 체포해 네덜란드 헤이그의 ICC 구금소로 이송했다. 이와 동시에, ICC는 당시 함께 정책을 주도했던 고위 관리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 중이며, 로널드 델라 로사(Ronald dela Rosa) 전 경찰청장이 추가 조사 대상으로 지목됐다.
국제 사회와 인권 단체들은 이번 체포를 "정의를 위한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아세안 내 인권 감시단체들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지역 내 다른 국가들의 인권 실태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에 대해 아세안 주요국들은 대체로 조심스럽고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공식 성명을 내지 않았지만, 법치주의와 국제 규범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를 국제 인권법의 실행 사례로 해석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도 공식 입장을 자제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는 일부 언론에서 체포를 정의 실현의 사례로 간략히 다뤘다. 반면, 베트남과 태국은 ICC 비회원국으로서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았고, 언론 보도 역시 극히 제한적이다. 전반적으로 아세안 국가들은 자국 내 인권 문제나 외교적 파장을 우려해 두테르테 체포에 대해 직접적인 논평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필리핀 내 일부 정치 세력은 ICC의 관할권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필리핀은 2019년 ICC에서 탈퇴한 바 있으며, 일부 보수 정치인은 "국가 주권에 대한 간섭"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 또한 이러한 입장에 동조하며, 체포가 정치적 보복이자 서방 국가들의 내정 간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그의 정치적 기반인 다바오(Davao) 시에서는 체포 직후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고, 3월 28일인 그의 80번째 생일에는 전국에서 지지자들이 모여 그의 무죄와 건강을 기원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두테르테의 마약 정책이 범죄율을 낮추고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며, 이번 ICC의 개입은 필리핀 국민의 선택을 무시한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체포 이후, 온라인 상에서도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특히, '마약과의 전쟁' 피해자 가족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조직적인 괴롭힘과 비방을 당하고 있다며 당국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거짓말쟁이'나 '매수된 선동가'로 낙인찍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체포는 필리핀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국민들 사이의 의견 대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이번 사건은 단지 한 국가의 전직 대통령이 기소된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아세안 내에서 국제 인권 기준의 적용 가능성과 법의 지배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 ICC와 아세안 국가 간의 관계에도 중대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참고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