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료(HK)


15-16세기 동남아의 축제와 오락 5_ 광범위한 식자능력

김인아 2013-06-04 00:00

광범위한 식자능력 Widespread Literacy


동남아시아를 방문한 초기 유럽인들은 그곳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식자능력에 대해 놀라고 있다. 적어도 그러한 능력을 도저히 지닐 수 없다고 여겨지던 필리핀에서조차도 그 사람들이 글자를 읽고 쓸 수 있다는 사실이 그들을 감탄케 하였던 것이다.


" 여자들도 글자 쓰는 법을 알고 있고, 글을 쓸 때에는 대나무 조각을 이용한다."

" 마닐라섬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글을 읽고 쓸 줄 안다. 특히, 남자의 경우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정규적인 학교제도나 서적조차 구하기 힘든 산업화 이전 사회에서 이렇게 보편적인 식자능력이 보급되어 있다는 사실은 세계 다른 지역과 비교해보면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 초기 유럽인들의 증언과는 달리, 20세기의 식민지정부에 의한 인구조사에서 이 지역인들의 낮은 문맹률, 특히 여성의 낮은 문맹률에 관한 자료는 의구심을 일게 한다. 이것은 주로 세 가지의 이유에서 비롯된 것인데, 근대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을 모두 문맹자로 여겼고, 인구조사자가 지역어를 이해하지 못한 탓에 학교교육에 포함되지 않는 언어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 16세기에서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도래에 따라 생겨난 근대식 종교 교육이 이전의 전혀 다른 성질의 식자능력을 억압하도록 작용했다는 것이다. 지역어를 읽고 배우는 것이 당시로서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직업적으로도 가치 있는 것이 아니었지만, 기존의 종교 서적을 읽고 시조 같은 세속적 문학을 하는데 필요한 것이었다. 가령, 시조짓기 대회는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지역어와 그 문자는 일반적으로 가정교육을 통하여 배우게 된다. 정규학교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높은 식자능력은 바로 가정에서 어머니의 가르침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것은 남성들이 종교 학교에서 배우는 방법보다 훨씬 효과적인 것이었다. 도서부의 경우, 여성들은 상업이나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상업 활동에 필요한 기록을 위하여 필수적으로 글을 깨우쳐야 했다. 따라서 여성들이 식자능력을 키우는 것은 종교적인 측면보다는 생계를 위한 가정의 문제였다. 상좌불교가 지배적인 대륙부에서는 식자능력의 보급에 있어서는 도서부와 사정이 다르다. 남자들만 허용되는 승려생활을 통하여 남성들은 종교적 목적으로 자연히 글을 배우게 되지만, 상대적으로 여성들은 가정이 아니면 글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러나, 동남아시아전역에서 두 가지 측면은 공통적이다. 기록을 하기 위한 소재로서 야자잎과 죽편은 공히 구하기 쉬운 것이며, 상업이나 경시대회에서 여성들이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이다. 대항해시대는 그들의 문학수준도 함께 발달하게 만들었다. 특히, 남성 위주의 종교 교육 전통을 지닌 대륙부에서는 현지어의 발전을 도모하였지만, 도서부에서는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영향으로 새로운 문자(아랍어, 영어)가 도입됨에 따라 기존의 언어와 문자는 쇠퇴의 기로에 들어서게 되었다.


<참고자료>

Reid, Anthony. 1988. Southeast Asia in the Age of Commerce 1450-1680 Volume One Festivals and Amusements. New Haven and London: Yale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