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료(HK)


15-16세기 동남아의 축제와 오락 3_ 민중놀이

김인아 2013-06-04 00:00

민중놀이 Popular Games



동남아시아인들은 경쟁적인 놀이를 좋아하고, 게다가 그것을 놓고 내기를 하는 경향이 많았던 모양이다. 강력한 왕조의 지배 하에서는 규모가 큰 도박이나 동물경기에 거는 도박은 철저히 통제되었지만, 18세기까지는 그러한 행사에 대한 왕실의 통제는 약했던 것 같다. 도박 중에서도 투계가 민중들로부터 가장 큰 인기를 모았는데, 이는 아마도 수탉과 남성을 동일시하는 경향 때문인 것 같다. 상좌불교의 영향으로 대륙부에서는 투계가 금지되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것 같지만, 도서부에서는 도박을 막을 조치조차 취한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케미리(kemiri) 나무의 견과(candlenut)를 이용한 놀이가 도서부에서는 매우 인기가 있었다. 이 놀이는 견과를 쌓아 올려 긴 봉으로 쳐서 따먹는 게임이다. 버마에서도 콩과 식물(giant creeper)의 크고 평평한 열매를 도미노처럼 세워놓고 오늘날의 볼링공 같은 것으로 쓰러뜨리는 놀이(공닝또쁘웨)가 있다. 이 같은 아동들의 놀이의 대부분은 어른들이 돈을 걸고 내기하는 인기 있는 도박이 되었다. 둥근 씨나 열매는 공기놀이의 도구가 되었고, 화폐로도 사용되었던 조가비(cowrie shell)가 다양한 놀이에 이용되었다. 연날리기도 어린이들에게는 즐거운 놀이였지만, 어른들은 연싸움을 두고 도박을 하였다. 다른 놀이에 비해 연날리기는 날씨의 변화와 우기 이후의 홍수의 퇴거를 확신시켜주는 신비적이고 종교적인 기능을 띠고 있어서 왕의 후원 하에 궁전 앞에서 연날리기대회가 개최되곤 했다. 팽이돌리기는 근대에 이르러 어린이의 인기 있는 놀이가 되었지만, 그 이전에는 어른들이 그 결과에 열심히 도박을 걸었던 것이었다. 팽이돌리기는 농경의 순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그 옛날에는 곡물이 여무는데 필요한 놀이였다고 한다. 이밖에도 주사위놀이와 카드놀이가 있는데, 주사위는 16세기경부터 대중적인 놀이의 도구가 되었고, 카드놀이는 중국에서 들어왔으며 여성들의 가장 보편적인 내기놀이였다.

장기는 15세기에 동남아시아에 내기놀이로 등장하였다. 인도에서 들어온 것이 확실한 것으로 장기에 사용된 말은 네 종류(코끼리, 말, 전차, 병사)가 있다. 밀림이 많은 지형적 특성 때문에 전차가 배(자바와 타이)로 대체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인도의 것을 따르고 있다. 장기는 일반적으로 소일거리의 놀이로 알려져 있지만, 내기를 거는 경우도 많은 놀이이다. 지역별로 말의 이동에 대하여 차이가 난다. 시암과 베트남에서는 인도식 장기 외에도 중국식 장기가 공존한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직접적인 경쟁놀이가 되지 않았던 것으로 일종의 축구와 비슷하며 타이어 따끄로(takraw, 말레이어로는 sepak raga)라는 국제명칭으로 오늘날 동남아시아게임 중에서 배구와 비슷한 경기로 근대화된 놀이가 있다. 이것은 등나무 줄기로 속이 비게 엮은 공으로 개인 또는 그룹이 공을 발 또는 무릎으로(발바닥이 더 선호되기도 한다) 공중으로 차올리는 것이다. 이 놀이는 18세기에는 버마, 시암, 베트남 남부 및 인도네시아 등 폭넓게 행하여졌다. 외부에서 차용한 것이 아닌 동남아시아 고유의 놀이로 18세기 이전에 이미 이 일대에 확산된 것으로 여긴다. 18세기 말에는 그 놀이의 변종이 등장하는데, 특히 인도네시아 일대에는 대나무통에 닭깃을 단 셔틀콕을 목판으로 치는 근대 배드민턴과 유사한 놀이가 있었다. 동남아시아인들이 배드민턴에 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 놀이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자료>
Reid, Anthony. 1988. Southeast Asia in the Age of Commerce 1450-1680 Volume One Festivals and Amusements. New Haven and London: Yale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