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코끼리를 조복하는 붓다(醉象調伏)도는 식사초대를 받은 붓다가 왕사성(라즈기르)으로 들어가려할 때, 술에 취한 난폭한 코끼리가 거리로 나와 붓다를 습격하려 했지만, 붓다의 앞에서는 온순하게 변해 공경의 예를 표했다고 하는 내용의 불교설화이다.
붓다의 생애에 관한 주제를 도상화한 불전도 중에는 이 술 취한 코끼리를 조복하는 붓다의 장면이 이른 시기부터 등장하고 있어서 당시 인도인들이 즐겨 사용한 불전주제였음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인도의 대표적인 불교유적지에서 이 불전도가 자주 등장할 뿐 아니라, 굽타시대에서 대표적인 불교성지를 중심으로 구성된 팔상도의 한 장면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이 설화가 가진 중요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하겠다. 이처럼 붓다의 생애 혹은 전생의 이야기를 대상으로 한 작품은 인도뿐만 아니라 실크로드를 거쳐 중국, 한국, 일본으로 전파되고, 혹은 바닷길을 거쳐 스리랑카, 동남아시아 각지로 전개되어 범아시아적인 문화네트워크를 구축한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특히 ‘술 취한 코끼리를 조복하는 붓다’에 관한 작품은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에서도 그 일례를 찾아볼 수 있어서 불교미술의 기원과 전파를 추적하여 그 문화적 양상을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
경전에 의하면 붓다가 술 취한 코끼리를 조복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불소행찬(佛本行經)》ㆍ《불본행경(佛本行經)》ㆍ《십송율(十誦律)》ㆍ《미사색부화혜오분율(彌沙塞部和醯五分律)》 등에는 붓다가 자비심, 혹은 그 위엄한 광채에 의해 광폭한 코끼리가 순종하게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는 반면에, 《법화경소의경(法華經疏義纘)》ㆍ《법구비유경(法句譬喻經)》ㆍ《묘법련화경현찬(妙法蓮華經玄贊)》등에는 붓다의 오른손에서 사자가 뛰쳐나왔고, 이를 본 술 취한 코끼리가 두려움 때문에 광폭함이 진정되었다고 하는 점이다. 이처럼 붓다의 자비심과 위엄에 의해, 혹은 붓다의 손에서 튀어나온 사자에 대한 두려움으로 술 취한 코끼리가 순종하게 되었다고 하는 두 가지 기록이 있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작품 속에서는 주로 전자의 기술을 바탕으로 도상화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미얀마 버강의 한 사원벽화에 그려진 작품에는 이제까지 그 예가 없었던 다른 도상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크게 주목된다.《법화경소의경》ㆍ《법구비유경》ㆍ《묘법련화경현찬》등에서 알 수 있듯이 붓다의 오른손에서 뛰쳐나온 사자의 모습이 그려진 것이다. 그동안 표준처럼 여겨왔던 하나의 도상이 마치 일탈을 꿈꾸듯이 다른 도상으로 표현된 것이다. 특히 이와 같은 도상의 근거가 단순히 조각가의 흥취라든가 돌발상황이 아닌, 경전 속에서도 발견된다는 점에서 미얀마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불전미술은 또 다른 전파루트를 통해 생성되었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전생에서의 붓다, 그리고 그의 생애에 관한 에피소드를 주제로 시각적으로 표현한 이와 같은 불전미술의 텍스트와 시각자료는 우리 지역원의 아젠다 중의 하나이기도 한 '동남아시아의 고유성과 혼합성'연구에 매우 적합한 연구주제라 하겠다.
참고
고정은. 2011. 불전미술에 나타난 '술 취한 코끼리를 조복하는 붓다도'의 성립과 전개.『CHINA연구 』11. 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