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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선 2025-04-21 10:49
2025년 3월 28일, 미얀마 중부 사가잉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7~7.9의 강진은 3,000명 이상의 사망자와 5,000명 이상의 부상자를 초래하며, 2023년 터키-시리아 대지진 이후 가장 강력한 참사로 기록되었다. 태국 등 인접국에도 여진이 감지될 정도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재난 대응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속하고 지속적인 개입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인도주의 리더였던 미국의 대응은 이례적으로 미흡한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취임 직후, 90일간 해외 원조를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해체 수순에 돌입했다. 지진 발생 당일인 3월 28일에는 USAID 직원 대부분이 해고되었고, 남은 프로그램은 국무부 산하로 이관되는 등 조직 해체가 공식화되었다. 이로 인해 미얀마 강진 대응을 준비하던 인력과 현장 기반이 사실상 붕괴되면서, 미국의 인도적 개입은 마비 상태에 빠졌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지진 직후 신속히 구조대와 구호물자를 미얀마에 파견하며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이들의 기민한 대응은 미국의 공백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고, 피해 현장에서는 그 차이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미국을 좋아하지 않는 군정"을 지원이 지연되는 이유로 들고 있으나, 인도적 지원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종속되는 모습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의 부재가 재난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우려 속에 글로벌 인도주의 리더로서의 미국의 위상에도 깊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미얀마 강진은 트럼프 행정부의 해외 원조 중단 정책 이후 처음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대형 재해로,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선 상징성을 갖는다. 재난의 피해가 정치적 결정과 원조 시스템의 작동 방식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국제사회가 재난 대응을 바라보는 방식, 그리고 인도주의적 책임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 참고 자료
https://www.tortoisemedia.com/2025/03/31/myanmar-earthquake-tests-the-depths-of-usaid-cuts
https://apnews.com/article/earthquake-myanmar-disaster-meiktila-53f2a8aac6e99145b55904c73c8e343d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311601001
https://www.yna.co.kr/view/AKR20250405029800076?input=1195m
https://www.yna.co.kr/view/AKR20250409097500084?input=1195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