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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선 2025-03-21 14:10
2025년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가 오는 5월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정상회의에 중국과 걸프협력회의(GCC: Gulf Cooperation Council) 국가들을 초청하면서, 새로운 무역 연대의 형성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일고 있다. 이번 초청은 단순한 지역 협력 강화뿐만 아니라, 미국의 공격적인 무역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안와르 이브라힘(Anwar Ibrahim)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번 초청이 특정 국가를 배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며, "다극화된 세계에서 아세안의 전략적 중요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아세안 국가들이 기존의 주요 경제 파트너들과의 관계도 강화하고, 새로운 외교적, 경제적 협력 기회도 모색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초청이 미국의 공격적인 무역 정책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본 요코스카(Yokosuka) 아태연구협의회의 샘 배런(Sam Barron) 연구원은 "아세안, 중국, 걸프국 모두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Trump) 대통령이 무역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안와르 총리가 이 문제를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경고했다.
2023년 기준으로 GCC의 총 국내총생산(GDP)은 2조1000억 달러에 달하며, 아세안 10개국의 GDP는 약 3조80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와 같은 경제적 규모를 고려할 때, 아세안과 GCC의 협력 강화를 통해 새로운 경제 블록이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아세안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 속에서 오히려 글로벌 수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등 경제적 혜택을 보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싱가포르 ISEAS – Yusof Ishak Institute의 샤론 시아(Sharon Seah) 선임연구원은 "아세안은 무역 다변화와 역외 협력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이번 초청은 아세안이 중국과 걸프국 간의 3자 협력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아세안 국가들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는 말라카 해협을 중심으로 세계 주요 해상 무역로를 접하고 있어, 중동과 아시아 간의 교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아세안과 GCC 간의 협력은 상호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의 아세안 의장국 수임 이후, 아세안은 더욱 전략적이고 다극적인 외교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이번 정상회의에 대한 초청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중국과 GCC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는 아세안이 세계 경제에서의 위상을 높이고, 미국의 무역 정책에 대응하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미국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은 앞으로도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 참고자료
https://www.g-enews.com/article/Global-Biz/2025/03/2025030923395476229a1f309431_1
https://www.kiep.go.kr/aif/issueDetail.es?brdctsNo=377370&mid=a30200000000&systemcod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