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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2025-04-14 18:34
중국의 국가 주도 산업화와 수출 중심 경제성장 모델은 최근 아세안 지역에 경제적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라이브 커머스의 급격한 확산은 값싼 중국 제품의 대규모 유입을 가능하게 하면서, 현지 산업을 압박하고 무역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세안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은 전기차, 전자제품, 섬유 및 소비재를 포함한 여러 산업 분야에서 과잉생산 문제를 겪고 있다. 이러한 초과 생산품은 타오바오(Taobao), 테무(Temu), 라자다(Lazada), 틱톡(Tiktok), 티몰(T-Mall), 샤오홍슈(Little Red Book)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산 저가 제품의 유입은 아세안 현지 산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섬유 산업은 약 300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 2023년 매출이 25% 급감했으며, 공장 폐쇄와 대규모 해고 사태가 이어졌다. 말레이시아의 전자산업 역시 저가 중국산 부품의 유입으로 인해 시장 점유율이 축소되었고, 이로 인해 연구개발 투자도 감소했다. 이는 단순한 단기적 매출 감소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기술 경쟁력 약화를 의미한다. 이처럼 특정 산업의 붕괴는 국가의 전반적인 경제 기반에 직결된다.
2023년 기준, 아세안의 대중국 무역 적자는 1,650억 달러에 달했다. 이 같은 무역 격차는 중국산 저가 제품의 대량 유입으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으며, 아세안 국가들이 중국 수입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값싼 수입품을 쉽게 구매 가능한 상황에서 현지 생산이나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 유인은 약화된다. 아세안 국가들은 '왜 비싼 인프라와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장기적 경제 성장 동력이 약화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여러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인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와 같은 협력 체계를 활용하여 중국과의 무역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고, 저가 덤핑(dumping) 제품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이미 중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도입한 바 있다.
베트남은 최근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제품 원산지 표시 및 품질 기준 준수를 의무화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이런 조치는 아세안 전역으로 확대 적용될 수 있다. 또한, 각국은 자국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태국은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해 1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했고, 이는 지역 경쟁력 확보를 위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캄보디아와 라오스와 같은 저소득국은 재정과 제도적 기반이 취약해 이와 같은 정책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이들 국가는 아세안 내부의 기술 및 정책 협력 없이는 독자적 대응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아세안 차원의 공급망 연계도 중요한 전략이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의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로, 아세안 전역의 전기차 산업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자원을 활용한 공동 프로젝트는 역내 자립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중국의 과잉생산과 전자상거래 기반의 대규모 수출은 아세안 국가들의 산업, 무역, 환경, 사회에 걸쳐 복합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세안 국가들이 전략적으로 협력하고, 현지 산업을 육성하며, 전자상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중국과의 건설적 대화를 유지해 나간다면 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여 아세안이 보다 강한 연대와 혁신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참고자료
https://www.bangkokpost.com/business/general/2979161/chinese-ev-battery-maker-plans-1bn-thai-plant?
https://www.reuters.com/world/asia-pacific/vinfast-plans-install-up-100000-ev-charging-stations-across-indonesia-minister-2025-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