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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선 2025-01-24 14:56
메콩 델타는 아시아 최대의 곡창지대로 ‘쌀 광주리’로 불릴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메콩델타는 중국에서 발원하여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르는 메콩강 하류의 삼각주 지역으로 베트남의 남부에 위치한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가뭄으로 이 지역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바닷물이 내륙으로 밀려들어 농작물이 고사하고, 농업 생산량이 급감하며 주민들의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메콩 델타의 가장 큰 문제는 짠물의 역습이다. 벼농사에 적합한 염도는 리터당 염분 1g(1,000ppm)이지만, 2020년 극심한 가뭄 당시 하구에서 40~50㎞ 떨어진 농지에서도 리터당 4g에 달하는 염분 농도가 확인됐다. 이는 바닷물이 메콩강 지류를 따라 내륙 깊숙이 스며들었음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경작 가능한 면적과 쌀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했으며, 현재는 150만 헥타르의 경작지에서 연간 2,100만 톤의 쌀만 생산되고 있다. 과거 10년 전과 비교하면 큰 폭의 감소다.
메콩강 유역은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강 수위가 낮아지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밀물 때 바닷물이 내륙으로 더 깊이 유입되고 있다. 과거에는 강물이 바닷물을 막아주는 자연적인 제방 역할을 했으나, 강물이 줄면서 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 자원환경부의 예측에 따르면, 2100년까지 해수면이 최대 1m 상승할 경우 메콩 삼각주의 38%가 물에 잠기게 된다.
메콩강의 생태계도 흔들리고 있다. 이 지역은 1997년부터 10년 동안 1,000종 이상의 새로운 생물종이 발견될 만큼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알려졌지만, 강 수량 감소와 상류 댐 건설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특히 댐 건설로 인해 강돌고래 같은 동물이 상·하류를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고 있으며, 숲 지대 역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1970년대 초반 55%에 달했던 숲이 현재는 34%로 줄어들었다.
메콩강 유역의 기후변화는 지역 주민들의 생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수 유입으로 벼농사가 불가능해진 지역은 새우 양식장으로 전환되거나 옥수수를 재배하도록 권고받고 있다. 그러나 수산자원의 감소로 주민들의 생계는 더욱 위태로워지고 있다. 메콩강 하류, 캄보디아에서 베트남으로 이어지는 지역은 삼모작, 사모작까지 가능했던 세계적인 곡창지대였으나, 땅이 염소화되면서 식량 안보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이 지역은 또한 수많은 어족 자원을 기반으로 미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로 수출하던 수산업의 중심지였으나, 기후변화로 인해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다.
메콩 델타의 위기는 단순히 베트남의 문제가 아니다. 베트남은 태국, 인도와 함께 세계 3대 쌀 수출국으로, 필리핀, 스리랑카 등 아시아 지역과 아프리카 국가들까지 쌀을 수출하고 있다. 메콩 델타의 쌀 생산량 감소는 세계 식량 안보와 국제 쌀 가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베트남 정부는 염분에 강한 쌀 품종을 개발하며 위기에 대응하고 있지만, 해수면 상승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메콩강 위원회를 통해 환경 친화적 댐 운영을 계획하고 있으나 예산 부족으로 인해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메콩 델타는 기후변화가 지역뿐 아니라 글로벌 식량 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인구 증가로 쌀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지만, 공급은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특히 저개발 국가와 취약계층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식량 안보 강화를 위한 국제적 협력이 절실하다.
- 참고자료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312370
https://www.koreatimes.net/ArticleViewer/Article/164897
https://v.daum.net/v/20250115043114942?f=p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04168
https://biz.heraldcorp.com/view.php?ud=201710250005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