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줄다리기 의식

미얀마에서는, 근래엔 매우 드물게만 관찰되지만,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부유한 사람들의 장례식에서 줄다리기 의식이 함께 진행된다. 화려하게 장식된 상여-수레 형태로 만들어 그 안에 관을 넣는 구조-의 손잡에 양끝에 줄을 매달아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서로 반대편에 서서 줄을 잡아당기는 것이다. Shway Yoe라는 미얀마식 필명으로 미얀마(당시 버마) 사람들의 생활상과 풍속을 기록했던,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식민정부의 관료였던 James George Scott의 저서 (<버마인: 그의 삶과 관념(The Burman: His Life and Notions)>)에 따르면, 수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이 의식은 참가자들이 공덕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물론 이는 모든 이들의 장례식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줄다리기 의식이 따르는 장례식은 승려와 같이 공덕이 높은 이들의 경우에만 볼 수 있다. 윤회의 고통을 끊어내고 열반에 들기 전 그가 쌓았던 공덕이 의식에 참가하는 이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의 행위를 내세를 위한 공덕 쌓기로 환원시키는 미얀마 사람들다운 해석인지도 모른다. 실제 이 의식은 불교적인 것이기보다는 영혼의 존재를 믿는 정령신앙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채 아직 이승의 문턱을 넘지 못한 사자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그의 죽음이 살아남은 이들에게도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연극으로서 이 의식이 행해지는 것은 아닐까.

그와 유사한 모티프를 가진 다른 줄다리기 의식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극심한 가뭄이 지속될 때 행해지는 '모코룬쉐브웨(Moe Khaw Lun Swae Pwe)', 곧 '비를 부르는 줄다리기 의식'으로, 만달레이나 바간과 같은 미얀마 중상부의 건조지역에서 행해져 온 풍습으로 전해진다. 정확한 출처는 확인할 수 없으나, 미얀마저널 <Myanmar Times>에 오른 한 기사에 바간왕조의 나라뚜(Narathu) 왕의 치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일화가 짧게 소개되어 있다(Myanmar Times 2014.5.18.). 일화에 따르면 당시 바간에는 극심한 가뭄이 들어 사람들은 이로 인해 큰 고통을 받았다. 주변 지역에서는 비가 흠뻑 내리고 있었지만 유독 바간에만 가뭄이 지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왕은 그가 무고한 아버지와 아이를 죽인 죄로 모가웅쬬수아(Moe Khaung Kyaw Swar)의 분노를 사게 되어 그 벌로 그가 통치하는 도시의 비를 모두 거두어갔다는 말을 듣게 된다. 왕의 고문은 그에게 이 성난 신을 달래어 용서를 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줄다리기 의식을 개최할 것을 권했다. 신기하게도 줄다리기 의식이 행해지자 지평선 너머에서 비구름이 몰려와 이내 비를 흠뻑 뿌렸다고 한다.

장례식의 줄다리기와 비를 부르는 줄다리기, 그 안에는 모두 죽은 자의 혼령이라는 공통요소가 있다. 아무리 그가 곧 열반에 들게 될 승려라도 인간으로서 죽음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그 고통을 위로하고 더 행복한 내세를 향해 나아가길 기원하는 의식-아마도 이것이 이 의식의 본래 의미였지 않았을까.

어찌되었건, 죽음의 의식까지도 그들 자신의 더 나은 내세를 위한 공덕으로 전환시키는 미얀마 사람들이 참으로 유쾌하고 낙천적인 사람들인 것은 틀림없다!

<사진> 만달레이의 한 마을에서 열린 "비를 부르는 줄다리기 의식"(출처: Myanmar Times 2014.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