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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2014-04-03 00:00
필리핀에서 출토된 중국도자기에 대한 연구는 고고학자인 오틀리 베이어(H. Otley Beyer)에 의해 1940-50년대에 이루어졌다. 그는 필리핀의 역사를 체계화하면서 9세기에서 16세기까지를 「도자기의 시대」로 명명하면서 필리핀 각지에서 출토되는 중국도자기를 조사하여 발표한 바 있다.
스웨덴 고고학자 얀세(Olov R. T. Janse)는 루손 카라타간(Calatagan) 반도를 조사하여 대량의 도자기를 채집했다. 그리고 베이어의 지도를 받은 폭스(Robert. B. Fox)가 바가우, 카이, 토마스 지역의 무덤을 조사하여 출토된 도자기에 대한 상세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필리핀에서 중국도자기의 조사와 발굴은 마닐라 국립박물관이 주최가 되어 바탄가스 카라타간묘지군(Calatagan, Batangas), 산타 아나(Santa Ana) 묘지군등 여러 유적에서 이루어졌다.
필리핀 산타 아나유적에서 출토된 중국도자기의 대부분은 원대의 것이 차지하고 있다. 산타 아나유적은 마닐라 시 산타 아나 지구 산타 아나 교구 교회부지에 마련된 묘지로, 이 유적에서는 1800여점의 중국도자기와 함께 중국 동전인 함평원보(咸平元宝(998), 희녕원보(熙寧元宝, 1068), 숭령통보(崇寧通宝, 1102), 지대통보(至大通宝, 1310)등이 출토되어 유적의 하한은 14세기 전반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유적에서 출토된 중국도자기는 청자, 청백자, 백자, 청화백자, 유리홍등이 있다. 청자는 용천요, 청백자, 백자, 그리고 청화백자는 경덕진요에서 생산된 것으로 한국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침몰한 중국 선박에서 인양된 청자나 청백자와 유사하여 제작지와 제작시기가 동일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산타아나 유적에서는 신안 침몰선에서 한 점도 출토되지 않았던 청화백자와 유리홍(백자)가 출토되어 이 유적에서 출토된 도자기는 신안 침몰선에서 나온 중국도자기(1323년경)보다 약간 시기가 내려갈 가능성이 있지만, 산타유적에서 출토된 청자, 청백자, 청화백자의 기형이 신안 침몰선에서 나온 도자기와 유사하여 산타아나 유적에서 나온 원대도자기의 제작시기는 신안 침몰선의 도자기와 거의 동일하거나 시기 차이가 나더라고 크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필리핀 산타 아나유적에서 확인되는 원대 초기 청화백자와 유리홍은 일본 서부 및 오키나와나 지역에서도 일부 확인되어 이 시기의 중국도자기가 일본을 거쳐 필리핀 지역으로 반입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어 14세기 전반과 중엽에 아시아 지역에서 이루어진 중국도자기의 무역루트를 구체적으로 해명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