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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미 2015-05-09 00:00
워노보요 출토품 이외에도 중부 자바에서 출토된 고대의 금속 공예품은 상당히 많지만, 워노보요 출토품만큼 다양한 종류와 수량이 함께 발견된 예는 없다. 또한 워노보요 출토품들은 명문에 의해서 절대 연대가 9세기 후반에서 10세기 전반 경으로 편년되고 있으므로, 인도네시아 고대 유물 중에서는 보기 드문 절대 편년자료로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편년이 어려운 대부분의 전세품들은 워노보요 출토품과 비교하여 상대 편년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워노보요 출토품 이외에도 반유마스나 스마랑 등 중부 자바의 여러 지역에서는 유사한 양식의 금제 장신구들이 간혹 출토되었지만, 워노보요만큼 다양한 종류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이 유물들에 보이는 여러 가지 양식적 특징들은 바로 9세기 후반에서 10세기 전반에 이르는 시기의 중부 자바의 장식미술 양식을 대표하는 것이다.
워노보요 출토 금은제 공예품에 보이는 가장 큰 양식적 특징은 단조와 타출기법이 고도로 발달했다는 점이다. 특히 대다수의 공예품에는 타출기법으로 장식한 화려한 문양이 새겨져 있으며, 요철이 심한 고부조의 장식도 상당히 많다. 타출기법으로 장식된 문양들은 대체로 복잡하고 화려한 곡선으로 구성된 꽃과 물결 문양을 바탕으로, 상상의 동물이나 유명한 종교적 서사나 도상 등을 표현한 것이다. 문양의 표현은 제작기법의 발달이 없으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화려하고 입체적인 문양 표현은 당시 고대 중부 자바 지역 금속공예의 제작 수준이 상당히 높았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워노보요 출토품 중에는 동시대의 다른 지역들보다 발달된 고부조의 타출기법이 사용된 예가 많다. 이러한 고부조의 타출기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양한 형태의 철제 정 사용이 선행되어야 하며, 금속 표면이 뚫리지 않을 때까지 금속을 열풀림하면서 정으로 치는 것이 가능하도록 고정시키는 바탕재의 사용이 필요하다. 아쉽게도 이러한 제작기법과 관련된 유물들이 아직까지 자바 지역에서 출토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이 어떠한 형태와 재료의 도구를 사용했는지는 자세하지 않다.
타출기법은 이미 고대 근동지역에서부터 발전하여 중앙아시아를 거쳐 동아시아까지 전래된 중요한 금속공예 기법으로서, 동남아시아에서도 일찍부터 발전했던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남부 지역에서는 기원후 3∼5세기경에는 이미 인도로부터 발달된 금공 기술이 전해져서 타출기법이나 누금세공기법 등으로 만들어진 금제 장신구들이 현지에서 다수 제작되었다. 인도네시아의 초기 금제 공예품들도 이미 이 시기에 제작되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까지는 절대 편년이 가능한 초기의 유물은 많지 않다.
8∼9세기경까지의 동남아시아나 중국의 금속공예에서는 타출기법이 널리 사용되기는 했지만, 워노보요 출토품과 비교될만큼 고부조의 화려한 금은제 공예품들은 드물다. 이제까지 여러 학자들은 이러한 단조와 타출기법 양식의 워노보요 출토품들을 중국 당나라 금은기의 영향으로 파악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 당나라 금은기를 대표하는 7∼9세기의 서안 하가촌(何家村) 출토 유물이나 법문사(法門寺) 출토 유물 중에서 워노보요 출토품에 보이는 복잡하고 화려한 장식문양과 같은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당나라 금은기의 경우에는 타출기법보다는 어자문기법이나 축조기법과 같은 조금기법으로 세밀한 문양을 평면 위에 새긴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워노보요 출토 금속공예품을 비롯한 8∼10세기경의 중부 자바 지역 금은제 공예품에 보이는 복잡한 고부조의 장식적 양식을 이해하는 데에는 중국 당나라의 금은기보다는 인도나 스리랑카와 같은 동시대 남아시아 문화와의 관련성에 좀 더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