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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고대 금공품의 수집과 연구 7 - 맺음말

주경미 2015-05-09 00:00

인도네시아 워노보요에서 출토된 각종 금은제 공예품들은 810세기경 발달했던 중부 자바 지역의 고대 문화를 대표하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의 기초 연구가 미진하며, 금제품을 중심으로 하는 호사가적, 그리고 식민주의적 낭만의 관점에서 주요 작품만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어 온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문제점은 인도네시아 문화의 연구가 식민지시대의 서양 사람과 일본 사람들에 의해서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그들에 의해서 주도적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물론 아직까지 워노보요 출토품 전체에 걸친 상세한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고 주요 유물만을 국내외 전시에서 보물 다루듯이 공개해온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 측의 책임도 크다. 앞으로 이 유물들은 전체 유물들을 포괄하여 공개하는 종합적인 연구 보고서가 발간되어야만 좀 더 심도깊은 연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의 워노보요 출토품 연구에서는 일부 형태와 제작기법이 비슷한 단순한 형태의 당나라 금은기들과의 관계만이 주목되어 왔다. 그렇지만 본고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보다는 당시 활발하게 전개되었던 남아시아의 해로를 통하여 스리랑카와의 관계를 새롭게 검토하였다. 동남아시아, 특히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의 고대 문화 교류에 대해서는 이미 5세기의 중국 승려 법현부터 시작하여 많은 구법승들의 기록이 남아 있으며, 관련 연구도 상당히 폭넓게 이루어져 왔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금속공예 및 불교미술의 교류 관계는 본격적으로 고찰되지는 않은 상태이다. 본고에서도 이러한 문화 교류 가능성에 대해서 일부 유물의 양식과 제작기법적 측면에서 간단하게 논의했을 뿐이다. 앞으로 이에 대한 연구는 두 지역의 현존 유적과 유물에 대한 상세한 연구를 바탕으로 좀 더 다각적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의 고대 금속공예는 8세기경부터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당시 상류층에서 금을 널리 사용하던 사회적 현상과 관계가 있다. 힌두교와 불교에서 금은 빛과 불멸, 햇빛의 이미지를 나타내며, 우월의 상징이었다. 힌두교와 불교가 동시에 극성하게 발달했던 고대 중부 자바의 사회에서 금제 공예품은 재화적 가치 뿐만아니라 종교적 의미가 부여되면서 상류층과 종교 의례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워노보요 출토품들의 구체적인 용도는 아직까지 불확실하지만, 당시 910세기경 중부 자바의 상류층 문화를 폭넓고 자세하고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매우 크다.


당시 중부 자바에서는 중국과 인도, 스리랑카 등 여러 지역과 교류하면서, 각 지역의 발달된 문화를 흡수하여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문화를 창출해냈다. 그것은 보로부두르와 같이 거대한 불교 문화 유산으로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워노보요 출토품과 같은 작고 독특한 공예품에도 반영된 독특한 문화적 현상이다. 그러므로 고대 중부 자바 문화의 본격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이러한 다양하고 독자적인 문화유산들을 폭넓게 고찰하고 여러 지역과의 관계를 거시적 관점에서 고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고에서는 워노보요 출토품의 제작기법과 양식을 중심으로 당시 해로를 통한 스리랑카와 인도네시아, 중국과의 관계를 새롭게 고찰하고자 했다. 워노보요 출토품을 비롯한 고대 동남아시아의 금속공예품들은 고대 해양 문화 교류의 실질적 측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고대 동남아시아의 문화 교류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 좀 더 많은 학자들에 의해서 심도깊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