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료(HK)

홈자료>연구자료(HK)>동남아 개별국

[인도네시아] 와양 꿀릿 1

주경미 2015-05-09 00:00

인도네시아를 비롯하여 동남아지역의 여러 곳에서는 전통 문화의 일환으로서 각종 인형극들이 공연된다. 그중에서도  “와양 꿀릿(Wayang Kulit)”이라고 불리는 인형극은 인형의 그림자를 이용하여 공연하는 그림자 극의 일종이다. “와양(Wayang)”은 원래 인도네시아 자바(Java)어로 “그림자”를 뜻하는 말이었다고 하지만, 현대에는 “인형”, 혹은 인형을 이용한 “인형극(Puppet show)”을 뜻한다. “꿀릿(Kulit)”은 “가죽”을 뜻하는 말이므로, “와양 꿀릿”이란 가죽으로 만든 인형, 혹은 그 인형을 가지고 공연하는 인형극이다. 특히 와양 꿀릿은 인형의 형태가 관객에게 그대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공연장의 뒤쪽에서 빛을 이용해서 만들어지는 그림자를 이용하여 행해지는 “그림자 인형극(Shadow puppet theater show)”에 해당한다.


와양 꿀릿과 같은 그림자 인형극은 인도네시아 자바섬과 발리섬, 수마트라섬, 보르네오 섬, 그리고 말레이시아와 중국 남부 일대에 이르기까지 동남아 일대에서 널리 공연되어 왔다. 각 지방별로 와양 꿀릿에 사용되는 인형의 종류와 극의 구성 내용들은 다양한 양식을 띠고 있으며, 지방마다 독특한 공연 양식과 음악이 곁들여지기 때문에, 동남아 특유의 종합 예술로 인정받고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자바섬의 와양 꿀릿이 가장 유명하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와양 꿀릿은 “와양 인형극(Wayang Puppet Theatre)”라는 명칭으로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특히 자바섬을 중심으로 전통 문화의 보존과 전승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와양 꿀릿은 대체로 버팔로 소 가죽으로 만들어진 납작한 평면의 인형들을 사용하는데, 공연을 진행하는 것은 “달랑(Dalang)”이라고 불리는 인형을 조종하는 예능 보유자이다. 달랑은 인형에 달린 가느다란 막대기를 이용해서 혼자 모든 인형을 조종하며, 화면의 뒤쪽에서 비치는 그림자의 효과를 사용하여 환상적인 이미지를 관객들에게 보인다. 달랑은 인형을 조종할 뿐만 아니라, 인형들의 대사도 읊조리며, 음악 반주와 효과도 지시를 하는 종합 예술가이다(그림 2).


관객들은 달랑이 조종하는 인형의 그림자와 달랑이 읊조리는 여러 가지 대사와 노래를 통해서, 인형극의 줄거리를 이해해 나가면서, 달랑이 인도해 나가는 환상적인 그림자 극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달랑은 단지 인형극의 이야기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 속에 숨겨진 철학적, 도덕적, 미적 가치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예능인이었다. 그러므로 달랑은 단순한 인형 조종사나 공연자라기보다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교양있는 지식인으로 여겨졌으며, 각 지역 사회에서 중요한 사회적 교사이자 정치적 풍자가로 인식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