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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미 2015-05-09 00:00
와양 꿀릿과 같은 그림자 인형극이 정확하게 언제부터 동남아시아에서 공연되기 시작했는지는 자세하지 않다. 아마도 인도, 특히 남인도 지방에서 유행하던 그림자 인형극들이 동남아시아 자바섬 일대로 전해져서 발전한 인형극의 일종이라고 추정되고 있으나, 그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인도네시아에서 와양 꿀릿이 성행하기 시작한 것은 적어도 기원후 10세기경 이전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미술사학자 클레어 홀트(Claire Holt)에 의하면, 907년경에 씌여진 중부 자바 지역 출토의 명문(銘文) 중에서 “si Galigi mawayang(씨 가리기 마와양)”이라는 구절이 확인되었는데, 이 명문의 내용이 바로 “‘가리기’라는 사람이 ‘와양’을 공연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즉 이 명문에 보이는 “마와양(mawayang)”이라는 구절은 바로 “와양의 공연”이라는 뜻이므로, 적어도 이 명문이 씌여진 10세기 초반 경의 중부 자바 지역에서는 왕실을 중심으로 와양 공연이 행해졌다고 추정된다. 또한 이 기록에서는 당시 중부 자바 지역을 다스리던 발리퉁(Balitung) 왕의 이름이 확인되었으며, 당시의 공연은 왕실에서 신(神)들을 위해서 행해졌다고 한다. 또한 이때의 공연 내용은 “비마야 꿈드라(Bimmaya Kumdra)” 즉 “청년 비마(Bimma)”의 이야기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비마는 인도의 유명한 서사시 『마하바라타』에 등장하는 판다바 형제 중에서 2번째 형이므로, 아마도 당시 공연된 내용은 마하바라타와 관련된 이야기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1035년에 지어진 <아르주나위와하(Arjunawiwaha)>라는 인도네시아의 옛 서사시에서는, 당시 “가죽을 조각해서 만든 와양이 움직이고 말을 하면, 그것을 본 사람들이 와양의 움직임에 따라서 울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라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이 내용에 의하면, 적어도 지금과 유사한 가죽제 와양 인형으로 진행되는 인형극이 11세기 경에는 널리 행해졌으며, 내용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인 이야기였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초기의 와양 꿀릿 공연은 신화적인 \"신(神)\"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서 시작했으며, 시대가 내려오면저 점차 \"달랑\"이라는 공연자, 즉 사람을 통해서 다시 사람의 이야기로 각색되어 재현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