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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엽 2010-07-31 00:00
서구의 동남아 진출 초기에는 포교와 교역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추구했다. 이교도에 대한 개종과 새로운 교역루트를 찾으려는 이들의 신앙심과 모험정신은 지리상의 발견과 더불어 전 세계를 경제적으로 연결하는 교역루트의 완성을 가져왔다. 고대시대부터 강이나 바다는 근거리 교역의 주요 통로가 되어 왔지만, 대양을 가로지르는 원거리 교역의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는다. 원거리 교역은 다양한 이유로 인해 발달되었고, 이와 더불어 교역항의 존재와 역할은 일부 지역에 국가권력의 탄생과 흥망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게 된다. 따라서 교역항의 특성과 원거리 교역의 유형에 대한 이해는 교역의 시대(age of commerce)와 더불어 변화하는 정치, 경제, 문화적 현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기준을 제공할 수 있다.
폴라니에 따르면, 초기제국에 있어서 교역은 협약에 기초를 두고 그 지방 당국의 특별 조직에 의해 관리되었으며, 경쟁은 허용되지 않았고, 가격은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었다. 대개 교역항은 해변가의 작은 왕국이나 추장들의 연합체과 같은 정치적으로 취약한 곳에서 발달되었으며, 그 이유는 고대 당시의 여건상 이방인들이 호전적 제국에 속한 지역들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낙후된 왕국들에게 <교역항>은 <빵바구니>, 즉 공급의 원천이나 마찬가지였다. 권력 있는 통치자들조차도 외국의 무역업자들과 외국인들이 기피하여 교역이 갑자기 중단될까 봐 교역항에 함부로 손대는 일이 없게끔 조심하였다. 이와 같은 교역항의 입지와 성장조건들이 서구세력이 진출하기 이전에 성장했던 무역항들에게도 적용이 가능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폴라니는 무역의 유형을 세 가지, 즉 기증무역(gift trade), 관리무역(administered trade), 그리고 시장무역(market trade)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증무역>은 호혜성의 관계에 속한 쌍방을 연결시켜준다. 제국들 사이에서 행해진 수많은 교역들은 기증무역 방식으로 행하여졌으며, 이때의 재화는 보물, 즉 엘리트들 간의 유통 대상물이다. 방문단들처럼 상하층의 접경 계층에서는 그 재화들이 보다 ‘서민적’인 것들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류는 미진하며 교환도 극히 드물다. <관리무역>은 다소 공식적인 조약에 의거해 있으므로 그 기반이 안정되어 있다. 양쪽 모두에서 수입업자는 대체로 확정되어 있으므로 무역은 정부가 통제하는 통로를 통해 이루어진다. 수출무역도 대체로 수입과 유사한 방식으로 조직되어 있다. 그 결과 교역은 전반적으로 여러 가지 관리 방식에 의해 이루어진다. 관리무역은 정부 또는 적어도 정부로부터 특권을 부여받은 회사와 같은 비교적 영구적인 교역단체들을 가정하고 있다. 관리무역의 주요 시설은 모든 해외 관리 무역의 위치라 부르고 있는 교역항이다. <시장무역>은 전형적인 교역의 형태이다. 여기서 교환은 상대방을 서로 연관시키는 통합의 형태이다. 이와 같이 비교적 현대적인 교역형태는 서구와 북미 전역에 많은 물질적 부를 쏟아놓았다. 시장교역은 교역재, 즉 상품의 범위가 사실상 무한정이며, 시장교역의 조직은 공급-수요-가격 메커니즘으로 추적되는 노선을 추구한다.
폴라니는 초기에는 교역과 시장이 엄격히 구분되었으며, 교역과 시장이 연결된 시장교역의 발생은 경제의 진화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했다. 그리고 그 시점을 추적하여 발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서구세력이 동남아에 진출하기 이전에 행해졌던 교역의 형태가 어떠한 유형이었으며, 현대적인 시장무역이 발생하게 된 시기와 이러한 변화과정에서 서구세력은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는 보다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밝혀야 할 부분이다.
<참고자료>
폴라니, 칼 엮음. 1994.『초기제국에 있어서의 교역과 시장』이종욱 옮김. 서울: 믿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