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료(HK)


[동남아에 유입된 서구문명] 거래의 제도화와 독점의 확대

김동엽 2010-09-16 00:00

교역의 시대는 동남아에 급속한 경제적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러한 급속한 변화는 통치자의 독단이나 강압적인 외국의 압력에 대처할 정도의 강력한 제도나 규칙이 발달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 동남아의 불안정한 교역 현실은 15세기 초와 16세기 말의 중국인, 16세기 초의 포르투갈인, 그리고 17세기 초 북유럽인과 일본인 상인들로 하여금 당황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경험하게 만들었다. 무역항에서 새로운 상인들을 유인하기 위해 그들의 이해에 부합하는 규칙을 적용하면, 이는 곧 기존에 적용되던 규칙에 변화를 가져오는 식이였다. 특정 항구에서의 교역량이 특정 시기에 급속히 성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경쟁관계에 있는 무역항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 자유무역을 확대한다든가, 아니면 상인계층의 이해에 반하는 요구를 하기에 너무나 허약한 통치자가 들어섰을 경우 자유무역이 확대되어 나타나는 결과였다.
 
강력한 통치자는 일반적으로 경제적 수탈을 일삼는 경향이 있으므로 상인들은 이를 경계하고 회피했다. 교역에 있어서의 불확실성은 재산권의 보호나 거래 분쟁에 대한 판결을 예측 가능하게 하는 합의된 규칙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러한 움직임은 강력한 통치자가 사라진 후, 불안정한 계승자가 강력한 상인계층과 함께 이전 정권의 전통을 기록하기로 합의하면서 자연적으로 발생하게 되었다. 술탄 Mahmud(1488-1511) 치하에서 말라카 법전(Melaka Legal Code)이 만들어진 것과, 아체에서 최초의 여왕이 들어섰을 때 아체법전(Adat Aceh)이 정리된 것이 그 예이다.
 
이러한 법전은 이후 통치자들에게 전수되어 지속적인 경제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동남아에서는 북유럽에서처럼 상인들로 하여금 재산권과 예측 가능한 절차를 수립할 수 있도록 만든 일련의 조건들이 오직 일부지역에서 그리고 짧은 시일에 부분적으로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동남아에서는 17세기(특히 1620-80)들어 절대권력에 의한 경제적 독점영역이 급속히 확대되는 현상을 낳았다. 이 시기 동남아의 국가는 더욱 강력해지던가 아니면 아예 사라지는 운명을 맞게 되었다. 유럽의 상인들 특히 네덜란드나 영국의 회사들은 대규모의 교역을 신속하게 처리하기를 원했다. 만일 이들이 그 지역의 통치자와 교역을 하는데 만족스럽지 못하면, 그 지역의 다른 수장과 직접 교역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러한 위협요소는 권역내의 통치권을 더욱 강화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또한 이시기 동남아 수출품의 가격하락은 통치자들이 국가재정을 보충하기 위해 생산자와 상인들에 대한 수탈의 수위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출처>
Reid, Anthony. 1993. Southeast Asia in the Age of Commerce 1450-1680 Volume Two Expansion and Crisis. New Haven and London: Yale University Press. pp. 245-251.
 

<역자 주> 상기 내용에 있는 모든 외국어 한글표기는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이므로 오기일 수 있음을 주지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