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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엽 2011-07-22 00:00
16-17세기 유럽에 존재했던 자본주의의 특징으로는 1) 잘 발달된 국제교환 체계; 2) 복잡한 무역패턴; 3) 상업 조직과 회계의 정교화; 4) 화패 이용의 중요성 증가; 5) 다채로운 상업활동 등을 들 수 있다. 유럽에서 자본주의는 무역을 확대하고 상인 공동체의 성장을 낳았다. 이 시기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진 토지와 인구, 그리고 상품에 대한 유럽 상인들의 착취는 자본주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집요하고 또한 효과적인 상인활동이었다.
지리적 확장은 유럽의 부상을 가능케 한 중요한 요소이며 , 그 주체는 다름 아닌 정복자와 상인들이었다. 그렇다면 지리적 확장을 주도한 이들의 특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모험심’이다. 모험이란 말은 우선 확장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이는 곧 투자와 같은 기업 활동과 연결된다. 모험에는 무모함과 탐험뿐만 아니라 위기와 기회도 함께 포함한다. 마치 신중한 사업가가 해적활동과 같은 아주 위험스럽고 투기적인 세계로 들어가는 것과 흡사하다. 도박은 근대 초기 상인들의 특성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이러한 투기적 특성에서 합리성은 별로 부각되지 않는다. 상인들을 움직이는 중요한 동기는 합리적 이익추구보다는 감정과 열정이며, 이는 또한 명예, 신념, 발견의 기쁨, 그리고 국가에 대한 충성이었다. 역사가 복서(Boxer)는 포르투갈의 해외확장을 경솔과 무모 그리고 고집과 끈기의 결과라고 했다. 지리적 확장에 내포된 또 다른 특성은 유럽 식민주의자들의 게으름이다. 이들의 활동은 군사적 작전과 타인에 대한 감독이 고작이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노동은 원주민이나 노예들이 담당했다. 결국 그들의 게으름은 노예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보다 큰 이윤을 그들에게 가져왔다.
경솔 , 불합리, 게으름 등이 근대초기 유럽인들의 자본주의 특성을 규정하는 속성이긴 하지만 유럽의 지리적 확장을 가능하게 한 힘이었다고 말 할 수는 없다. 근대 초기 유럽의 부상을 가능케 한 다른 요인으로 기술력, 특수한 사회구조, 국가 혹은 개인 간의 경쟁체제, 조직 능력, 그리고 정복의 시점 등을 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인의 아와 같은 속성들은 지리적 확장의 핵심적인 요소였으며, 이러한 속성 없이는 결코 이룰 수 없었던 것이었다. 네덜란드나 영국에서 독점적 조직과 같은 합리성에 근거한 이윤추구가 일정부분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비합리와 무모한 고집이 성공의 더 큰 원인이었다. 이 시기가 바로 서구와 비서구의 균형이 움직이기 시작한 때였다. 18세기 초 1백만 명의 유럽인들이 해외에 나갔으며, 전세계에 이들의 영향력을 펼쳤다.
만약 이 모든 것이 자본주의 없이 성취되었다면 서구나 비서구 문명 간의 중요한 차이를 말할 어떠한 요지도 없는 것이다 . 베버는 자본주의 정신의 핵심으로 ‘금욕주의’를 꼽았다. 그러나 근대초기 유럽인들에게 이러한 정신을 찾을 수 있는가? 금욕주의는 분명 경제적 진보에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1700년 이전 근대초기 자본주의의 특징은 아니었다. 즉 1700년 이전의 자본주의 특징은 지리적 팽창을 가져왔고, 산업혁명으로 그 결실을 맺은 것이다. 따라서 근대초기 상업자본주의와 근대 산업자본주의를 구분할 때 그 ‘정신’과 ‘조직’의 유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산업혁명 이전 3세기 동안 상인들이 어떻게 그들의 투자를 결정했으며, 또한 무엇을 가능한 위험으로 간주했는지 보다 명백히 알 필요가 있다. 냉정하고 절제된 그리고 금욕적인 기업가는 16-17세기에 무모하고 부주의한 이상주의자와 뒤엉켜 있었던 것이다. 초기 자본가들은 이러한 상충되어 보이는 두 종류의 특질을 결합함으로써 추진력을 얻었다. 이들이 근대 산업가본가들보다 덜 자본주의자라고 할 수 없으며, 이들은 같은 속(屬)에 속하는 다른 종(種)으로 봐야 할 것이다.
< 참고자료>
Rabb, Theodore K. 1974. “The Expansion of Europe and the Spirit of Capitalism.” The Historical Journal 17(4): 675-6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