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딴지일보
기사 전문: https://www.ddanzi.com/ddanziNews/694529027
[기사요약]
필리핀 대선: 임기 말 두테르테, 파퀴아오와 링 위에 서다
지난 7월 26일 필리핀 의회, 두테르테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국정연설(SONA, State of the Nation Address)이 있었지만 올해는 SONA이후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차기 대선에 대한 활발한 논의의 열기가 삭감되었다.
코로나 사태의 심각성으로 인한 요인, 그리고 필리핀 올림픽 97년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 획득 소식 때문이었다. SONA 당일 저녁, 여자 역도 55kg급 경기에서 필리핀의 하이딜린 디아즈(Hidilyn Diaz)의 역사적인 금메달 획득 소식은 SONA에 대한 필리핀 국민의 관심을 일제히 앗아갔다.
대중적인 인기와 인지도가 중요한 정치적 자산으로 간주되는 필리핀 정치에서 최근 필리핀 전 국민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스포츠 이벤트가 또 하나 있다. 오는 8월 21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필리핀 상원의원이자 과거 복싱 8체급 세계 챔피언을 지낸 매니 파퀴아오(Manny Paquiao)와 현 WBC와 IBF 웰터급 통합 챔피언 에롤 스펜스(Errol Spence Jr.) 간의 타이틀전이다.
파퀴아오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권투를 통해 부와 권력까지 얻은 입지전적인 인물로서 필리핀 대중들의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일찍이 차기 대선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그는 집권 여당의 대표(Acting President)로서 그동안 정부가 추진하는 ‘마약과 범죄와의 전쟁’이나 ‘사형제 부활’과 같은 주요 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함으로써 두테르테 대통령의 적극적 지지자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친중국 외교정책에 대한 파퀴아오의 부정적 의견 표명으로 두테르테 대통령과 파퀴아오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이에서 비롯되어 집권 여당인 필리핀 민주당(PDP-Laban) 내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과 복서이자 상원의원인 파퀴아오 중심으로 최근 차기 대선 후보 지명과 관련하여 분열이 가중되고 있다.
분열된 집권 여당, 권력의 향방은 파퀴아오의 경기 결과에?
최근 두테르테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부통령으로 출마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이에 부의장이자 정부의 에너지 장관인 알폰소 쿠시(Alfonso G. Cuci)는 두테르테 대통령을 차기 부통령 후보로 추대하고, 대통령 후보를 그가 지명하도록 하자는 의견이 있다.
파퀴아오는 쿠시가 두테르테 대통령과 당 지도부를 이간질하고 여당의 차기 대선 후보를 당 외부에서 영입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기서 말하는 당 외부인사는 현재 차기 대선주자 국민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이자 현 다바오시 시장 사라 두테르테(Sara Duterte)를 염두에 둔 것이다.
두 분파로 갈라진 여당 내에서 파퀴아오가 이끄는 당 집행위원회는 쿠시와 그의 동조자 2명을 해당 행위를 이유로 당에서 제명했다. 이에 반발해서 쿠시를 중심으로 한 또 다른 분파는 당 의장(Chairman)인 두테르테 대통령과 함께 7월 17일 당 전국의회를 소집하여 당의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했다. 이 자리에서 쿠시는 당 대표(President)로 선출되었다.
이로써 집권 여당 내에는 두 개의 집행부가 존재하게 되며 정치적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필리핀의 스포츠 영웅과도 같은 파퀴아오의 경기는 필리핀 국민 대부분이 관람한다. 파퀴아오의 복싱 경기 열기가 필리핀 정치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8월 21일 이후에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파퀴아오가 필리핀 정치의 링에서 맞서야 할 상대는 다름 아닌 임기 말 두테르테 대통령이다.
김동엽 (부산외대 교수 & 아세안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