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홈연구원 소개>언론보도

[딴지일보] 김동엽 원장, "두테르테 이후의 필리핀: 왜 독재자의 아들이 1위 대선 후보일까" 기사 게재

아세안연구원 2022-04-07 11:39


1986년 대선을 연상시키는 올해 대선

 

얼마 전 우리처럼, 필리핀은 현재 막바지 대선 정국이다. 선거일은 한 달 뒤인 5월 9일. 때문에 최근 필리핀 언론과 각종 소셜 미디어에서는 수십만 명의 군중이 모여 대선 후보자를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현재 가장 주목 받고 있는 1, 2위 대선 주자는 붉은색을 상징색으로 하는 ‘봉봉 마르코스(Ferdinand Romualdez Marcos Jr.)’와 핑크색을 상징색으로 하는 현 부통령 ‘레니 로브레도(Maria Leonor Gerona Robredo)’이다.


마르코스 로브레도.PNG

봉봉 마르코스(좌)와 레니 로브레도(우)


‘마르코스’라는 과거 독재자의 이름과 민주화 세력의 대표하는 ‘여성 후보’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1986년 2월 대선을 연상시킨다. 

 

이름이나 단순 표면적 정치 구도만이 아니라 내용에서도 이번 대선은 1986년 대선을 떠올리게 한다. 봉봉 마르코스는 1986년 당시 대통령이자 독재자였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유일한 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선거 캠페인을 통해 마르코스 독재정권 시대에 누렸던 ‘필리핀의 영광’을 되찾겠다고 선전하고 있다. 

 

레니 로브레도는 1986년 마르코스의 상대 후보였던 코리 아키노 여사와 마찬가지로 남편의 정치적 명성과 예기치 않은 죽음이 남긴 정치적 유산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상징색은 노란색에서 핑크색으로 바뀌었지만, 지지자들은 1986년 독재자 마르코스에 대항했던 바로 그 민주화 세력을 대변한다.


마르코스 아키노.PNG
마르코스 전 대통령(좌)과 아키노 여사(우)

두 대선의 차이점과 현재 판세

 

물론 두 대선(1986년 2월 대선, 2022년 5월 대선) 구도에는 차이점도 존재한다. 

 

첫 번째는, 봉봉 마르코스가 집권당 대선 후보가 아니라는 점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속한 집권 여당인 PDP-Laban은 이번 대선에서 대선 후보를 내세우지 못했다. 이는 집권당의 대선 후보 지명을 둘러싸고 두테르테 대통령 측과 복싱선수 출신 상원의원 파키아오 측 간의 당내 불화 때문이었다. 결국 후보 등록을 앞두고 집권 여당은 두 파벌로 나누어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을 대선후보로 내세웠다가 철회했고, 파키아오 상원의원은 PDP-Laban이 아닌 PROMDI라는 정당의 대선후보로 대선에 출마했다. 

 

(필리핀의 정치는 우리와는 상당히 다른데, 선거에서 정당보다는 후보가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따라서 자신의 소속 정당이 아니더라도 다른 정당에서 후보를 영입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정당은 유력 정치인 혹은 그 가문을 대변한다)

 

(참고로, 파퀴아오를 대선후보로 내세우고 있는 PROMDI라는 정당은 작년에 ‘PROMDI + PDP-Laban 내 파퀴아오 파벌 + 국민챔피언운동(People's Champ Moverment)’이 연합한 정당이다)     

 

두테르테 대통령 측근들은 이번 대선에서 봉봉 마르코스를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두테르테는 그 누구에게도 공식적인 지지를 표명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파퀴아오 두테르테.jpeg

파퀴아오(좌)와 두테르테(우).


두 번째로는, 1986년 대선에서는 지지자들 간에 독재와 반독재라는 명확한 전선이 구축되었고, 대선 후보도 마르코스 현직 대통령과 야권의 단일 후보 코리 아키노 여사 간 일대일 대결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독재와 반독재 간의 대결 구도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으며, 대선 후보도 총 10명이다. 그중 명망 높은 후보자만 다섯 명이나 된다. 비록 마르코스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독재자 가족의 부정 축재와 탈세 혐의를 부각하며 반마르코스 정서를 부추기고 있지만, 1986년처럼 큰 물결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다.

 

이는 레니 로브레도 후보만이 마르코스와 현 두테르테 정권을 독재와 권위주의라며 비판하고, 그 외 후보들은 그녀처럼 적극적으로 비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위주의적인 통치 스타일을 보여준 두테르테 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기보다는 은근히 자신의 편에 서주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집권 말기임에도 불구하고 70%가 넘는 높은 국정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위력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통령 후보들.PNG

2022년 필리핀 대선 대통령 후보들.

 



기사 링크:https://www.ddanzi.com/ddanziNews/731526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