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외대-국제신문 공동기획
글로벌 핫이슈의 맥을 보다<3>최근 동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동아시아에서 고조되고 있는 군사적 긴장, 그리고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경쟁은 오늘날 위기의 국제사회를 대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신냉전의 도래로 분석하기도 한다. 한편 1990년대 시작된 탈냉전 시대의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체제는 세계화와 함께 국제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엮어 놓았다. 이러한 국제관계 속에서 개별 국가는 외교안보와 경제관계 양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 그 어느 쪽도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민감한 변화의 시기에 유사한 입장에 놓여 있는 국가들 간의 연대와 협력은 미지의 세계를 헤쳐 나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지난 2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에서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아세안+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동남아 10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세안(
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은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21세기 세계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과 이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Indo-Pacific Strategy)이 상호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한편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냉전의 현장이자 주변 강대국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한반도는 소위 신냉전의 최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처럼 한국과 아세안은 지정학적 측면에서 유사한 입장이다.
1989년 공식적으로 시작된 한-아세안 양자 관계는 1997년 정상급 외교관계로 발전했고, 2009년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
FTA) 타결, 그리고 2010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한-아세안 경제관계의 눈부신 발전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1990년 한국과 아세안 간의 무역 규모는 약 40억 달러에 불과했는데, 32년이 지난 2022에는 2074억 달러로 약 50배나 증가했습니다. 오늘날 아세안은 한국의 제2의 무역 파트너이며, 한국은 아세안의 제5의 무역 파트너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과 아세안은 해외 투자, 노동 이주, 관광 등 많은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되었다.
이처럼 밀접한 경제적 관계와 더불어 한국과 아세안은 최근 부상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래 비전도 공유하고 있다. 아세안은 이미 2017년에 상호 존중과 포괄성, 그리고 협력의 원칙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하며, 지역 문제에 있어서 아세안 중심성(
ASEAN Centrality)을 강조하는 ‘인도-태평양에 관한 아세안의 관점’(
AOIP,
ASEAN Outlook on the Indo-Pacific)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 정부도 최근 포용과 신뢰 그리고 호혜의 3대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자유, 평화, 그리고 번영을 추구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더불어 한국 정부는 ‘한-아세안 연대 구상’(
Korea-ASEAN Solidarity Initiative)을 통해 아세안이 천명한 아세안의 관점(
AOIP)과 아세안 중심성에 확고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러한 합의된 정신을 바탕으로 한국과 아세안은 향후 지역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공동 번영을 위한 전략적 동반자로서 더욱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24년은 한-아세안 관계 수립 35주년이 되는 해로서 과거 5년 단위로 세 차례 개최되었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이 예정된 해이다. 윤석열 정부는 2024년에 한-아세안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한-아세안 양자 관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