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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와양 꿀릿 5 - 제작 공정

주경미 2015-05-10 00:00

현재 가장 전통적이며 품질이 좋은 와양 인형을 제작하고 있는 공방들은 인도네시아의 여러 곳에 있기는 하지만, 달랑들의 교육이 가장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자바섬의 족자카르타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와양들의 품질이 가장 우수한 편이다. 특히 매일 저녁에 와양 공연을 행하는 족자카르타의 소노부도요(Sonobudoyo) 박물관 앞에 있는 와양 인형 공방은 버팔로 소가죽과 뿔을 이용해서 만드는 정교한 인형의 제작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공방에서는 지금도 와양 꿀릿에 사용하는 인형의 제작 과정을 직접 실견할 수 있다.


와양 꿀릿에 사용하는 인형의 제작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무두질하여 평평하게 만든 버팔로 물소의 가죽을 책상 위에 놓고, 제작할 인형의 본을 따라서 선으로 형태를 그린 후, 본 모양대로 잘라낸다. 인형의 본은 와양 꿀릿의 내용 만큼이나 다양하며, 한 가지 인형이라도 용도에 따라서 여러 가지 크기로 제작된다.


본의 형태대로 잘라낸 가죽 인형은 나무 모루 위에 올려놓고, 그려진 선을 따라서 정교한 문양을 새겨나가기 시작한다. 인형을 만드는 장인은 가죽 위에 정을 대고 망치로 정을 쳐나가면서 투각 문양을 새기기 시작하는데, 이 작업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며 매우 정교하고 숙련된 기술을 요구한다. 장인은 미리 그려 놓은 간단한 선 모양을 따라가면서, 작은 원이나 꽃모양, 방형 문양 등을 정교하게 새겨서 가죽에 구멍을 뚫는다. 이러한 문양의 투각(透刻)은 처음부터 디자인을 정교하게 모두 다 그려 놓은 것이 아니라, 큰 선으로 대충의 형태만 그려져 있다. 그러므로 장인은 그려진 선을 따라서 정교한 문양을 자의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표현해서 나가기 때문에, 인형마다 장식된 문양의 형태나 크기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투각된 문양은 나중에 그림자 극 공연에서 화려하고 정교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공연을 위한 효과적인 문양의 투각은 와양 인형을 만드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공정이다. 그러므로 이 공정은 공방 내에서 가장 숙련된 장인들에 의해서 행해진다.


그림자 극에서 인형들은 공연 도중에 팔을 움직이거나, 활을 쏘는 등 다양한 동작을 연기해야 한다. 이러한 동작을 위해서는 손이나 어깨를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인형의 몸체와 손을 비롯한 관절 부분은 별도의 가죽 조각을 잘라서 따로 만든다. 각각의 조각들을 잘라낸 후 투각기법을 이용하여 문양 장식을 마치고 나면, 몸체와 각 부분을 리벳과 같은 것으로 연결하여 조립을 한다. 간단하게 구멍을 뚫고 조립하여 움직임을 확인하고 나면, 채색을 위해서 다시 신체 각 부분과 몸체를 분리한다.


형태가 다 만들어지고, 투각 장식 문양을 다 새기고 조립을 해서 형상을 완성하고 나면, 별도의 책상에서 인형의 몸체와 각 부분들을 펼쳐 놓고 각각 부분별로 채색 작업을 한다. 와양 인형에 사용하는 채색은 수채 물감을 주로 사용한다고 하는데, 마르는 것을 기다려서 여러 차례 덧발라 반복적으로 채색 과정을 진행해간다. 채색도 역시 오랜 기간 덧칠해 발라가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인내와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다.


문양 장식과 채색이 끝나면, 분할되어 있던 조각들을 연결하여 인형을 완성한다. 인형들은 각 캐릭터마다 서로 다른 고유한 색채와 문양으로 장식되는데, 몸의 색깔이나 장식 등은 캐릭터 자체가 가진 고유한 성격이나 역할, 신분에 따라 달라진다.


장식용, 혹은 기념품으로 팔리는 인형들은 이 단계에서 작업이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와양 꿀릿 공연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 인형들을 움직일 수 있도록 뼈대를 연결하는 작업이 필수적인 제작공정이다. 인형들을 움직이기 위해서 사용하는 뼈대이자 손잡이는 자바어로 “가삣(gapit)”이라고 불리는데, 보통 버팔로 물소의 뿔을 이용해서 만든다. 조금 값싼 인형의 경우에는 대나무를 이용해서 뼈대를 만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전통적인 와양 꿀릿 공연에서는 반드시 버팔로 물소의 뿔을 이용해서 만든 인형을 사용한다. 물소의 뿔은 적절한 열을 가하면 굵기와 길이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인형의 머리 윗부분에는 가늘게 만들어서 구부려 적합한 굵기와 형태로 조절해서 가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형 머리 위쪽에서는 머리 부분의 가죽을 지탱하면서도 휘청거리지 않고 무겁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물소 뿔을 가늘게 가공하여 인형의 형태에 적절하게 맞추면서 “S” 자 형태로 구부려서 해당 인형에 적당한 크기와 형태로 성형을 한다.


뼈대의 성형이 완료되면 실로 묶어서 뼈대를 인형에 고정시킨다.


몸체 중앙의 뼈대를 고정시키고 나면 양쪽 팔 부분에도 별도의 작은 뿔로 만든 얇은 막대기를 각각 실로 묶어서 고정시킨다. 양쪽 팔의 막대기를 매다는 것은 인형극에서 사용되는 인형의 팔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인데, 몸체의 중앙에 인형을 잡고 고정하기 위해서 부착시키는 중앙의 뼈대 고정보다는 훨씬 더 섬세한 작업이 요구된다.


몸체의 뼈대와 팔의 막대기를 매달고 인형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동작이 자연스럽고 뻑뻑하지 않은지를 확인하면, 와양 꿀릿 공연용 인형이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