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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아세안 관련 연쇄 외교장관회의 개최

박문선 2024-08-02 20:30

아세안 회원국과 11개 대화 상대국, 6개 부분 대화 상대국은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725일부터 28일까지 다양한 아세안 관련 장관급 회의를 연쇄적으로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올해 아세안 의장국 라오스가 "ASEAN: 연계성과 회복탄력성 강화(Enhancing Connectivity and Resilience)"라는 주제로 의장을 맡았다.

 

아세안 연쇄 장관회의는 아세안을 중심으로 지역 및 세계 현안을 논의하는 독특한 구조이다. EAS는 아세안과 한··일 외에도 호주, 뉴질랜드, 인도, 미국, 러시아가 참여하고 있으며, ARF는 아시아 최대 다자 정치안보 협의체로 북한까지 포함된다.

 

25일 제57차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26일 제27차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 12차 한-메콩 외교장관회의, 27일 제25차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 14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 31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여러 장관급 회의가 연이어 개최되었다.

 

동남아시아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가 충돌하는 미·중 전략 경쟁의 핵심 지역으로, 아세안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었으며 이번 연쇄 회의에서는 미얀마 문제를 비롯한 아세안 국가들의 현안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대만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한반도 문제 등 다양한 글로벌 현안이 논의되었다.

 

25일 아세안 외교장관회의(AMM) 공동성명 발표

아세안 10개국 외교장관들은 "우리는 ASEAN3개 커뮤니티 기둥에 걸쳐 ASEAN 협력을 강화하고, 인프라 연계성을 촉진하고, 개발 격차를 줄이고, 경제 통합을 강화하고, 인적 교류를 촉진하고, 역량과 제도적 효과를 강화함으로써 ASEAN 커뮤니티를 강화하겠다는 ASEAN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우리는 ASEAN 중심성, 관련성 및 회복력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ASEAN을 원동력으로 삼아 외부 파트너와의 관계와 진화하는 지역 구조를 강화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아세안을 놓고 벌어지는 미·중 등 '역외 강대국' 간 경쟁으로 역내 불안이 가중되고 아세안 특유의 단결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뚜렷이 감지되며 지역 협력의 주도적 역할을 했던 아세안의 위상이 위기에 봉착했음을 분명하게 드러난 회의로 평가되고 있다.

 

30일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4개 회의체 의장성명 발표

4개 회의체는 한·아세안 / 아세안+3 / 동아시아정상회의(EAS) /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을 말한다.

 

4개 의장성명은 공통적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급증과 한반도에서의 긴장고조는 역내 평화안정을 위협하는 우려스러운 동향이라고 지적하고, 북한이 모든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들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였다. 또한,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이루어내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주목하는 등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위협에 대응한 단호하고 단합된 의지를 표명하였다.

 

아세안 측은 한-아세안 회의 의장성명을 통해 지난해에 이어 우리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였다. 아울러, 4개 의장성명 모두 국제사회의 인도적 우려 사안으로서 납북자 및 억류자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의 중요성이 포함되었다.

 

반면, 우리 정부는 ARF 의장성명에 북러 밀착을 우려하는 문구를 넣기 위한 외교전을 적극 펼쳤으나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와 규탄은 의장성명에 담기지 않았다.

 

주요 이슈 01. 남중국해 영토분쟁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미얀마 문제와 함께 아세안에게 가장 분열적인 이슈다.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충돌은 아세안 국가들에게 미·중으로부터 선택을 강요받기 때문이다. 아세안은 강대국 경쟁 속에서 중립을 표방하는 정책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남중국해 문제 당사자인 필리핀은 친미로 기울었으며 태국도 중국보다는 미국에 가깝다. 중국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필두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세안 우호국들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 또한 아세안의 대표적 친중 국가인 캄보디아와 라오스도 중국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강하게 대립했던 남중국해 갈등에 대해 이번 공동성명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중국이나 미국, 필리핀 등 특정 국가 명시 없이 일부 장관들이 신뢰를 약화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며 역내 평화와 안보, 안정을 훼손하는 토지 매립 등의 활동과 심각한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주요 이슈 02. 미얀마 쿠데타

이번 회의에서 아세안 문제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얀마 군사 정부의 동향이다. 미얀마는 2021년 군사 쿠데타 이후 '비정치적 인사'인 외교부 차관급을 파견했으며 3년 만에 군사 정권 대표의 ARF 참석이 허용되었다.

 

미얀마 군부는 202011월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이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승리한 것에 반발해 이듬해 2월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고 반대 세력을 유혈 진압했다. 아세안은 2021년 특별 정상회의에서 미얀마 내 폭력 중단 등 5개 항에 합의했으나, 미얀마 군정이 이를 지키지 않아 각종 회의에 미얀마를 배제시켜왔다.

 

미얀마가 비정치적 인사를 보내 아세안 외교 무대에 복귀하려는 것은 미얀마를 고립시키고 제재하는 것보다 회유를 통해 외교의 장으로 다시 끌어들여야 한다는 아세안 일부 국가의 주장이 힘을 얻은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미얀마 군사 정권이 내부적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는 것이 외교 무대 복귀를 결정한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회의를 통해 아세안은 미얀마의 발전 상황에 대해 논의했으며 이에 대해 공동성명에서는 민간인과 공공시설에 대한 계속되는 폭력 행위를 규탄하고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라고 담겼다.

 

주요 이슈 03. ·러 밀착 이슈

ARF는 북한이 참여하고 있는 역내 유일의 다자 안보 협의체다. 북한은 매년 ARF에 참석해 지역 현안과 남북 관계, 대미 관계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북한은 2019년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더 이상 ARF에 외무상을 보내지 않고 있다. 대신 회의가 열리는 나라에 주재하는 대사나 주 아세안 대표부 대사를 수석대표로 파견했다.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 동맹을 맺고 대외적 행보를 늘려가는 추세인데다 주최국인 라오스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엔 최 외무상이 직접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올해도 라오스 주재 북한 대사가 참석했다.

 

이번 ARF는 북러 조약 체결 이후 열려 지역·국제 정세 측면에서 필연적으로 다루게 됐고, 우리 정부는 의장성명에 북한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원칙은 물론 북러 밀착을 우려하는 문구를 넣기 위한 외교전을 적극 펴왔다. 하지만 의장국 라오스는 우호적 관계인 북한과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해, 한국이 주장한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의장성명에 담지는 않았다.

 

올해 의장 성명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지난해 한반도 관련 문안과 비슷한 수준이 담겼다. 다만 지난해 성명에 없었던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 촉구 내용이 담긴 것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을 우려하는 등 주체가 지난해에는 회의’(the meeting)였던 반면에 올해엔 많은 장관들’(many ministers)로 표현돼 반대하는 회원국들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주요 이슈 04. 아세안 중심성의 쇠퇴

이번 AMM에서 아세안 각국 장관들이 가장 강조한 것은 회원국들의 단결이었다. 공동성명을 통해서는 "아세안 중심성, 연계성 및 회복력을 재확인하고 아세안을 원동력으로 역외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지역 구도를 강화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아세안을 놓고 벌어지는 미·중 등 '역외 강대국' 간 경쟁으로 역내 불안이 가중되고 아세안 특유의 단결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뚜렷이 감지되며 지역 협력의 주도적 역할을 했던 아세안의 위상이 위기에 봉착했음을 분명하게 드러낸 회의였다.

 

아세안의 대외전략 핵심인 아세안 중심성은 그 개념이 분명하게 규정된 적은 없다. 여러 가지 견해와 현상을 종합해 보면 아세안 중심성이란 '아세안이 역내 과제를 해결하고 역외 강대국과 교류하기 위한 원칙 또는 플랫폼'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아세안은 내부적으로 지역 안정과 협력 증진을 위해 어느 한 나라가 역내 질서를 좌우할 수 없도록 합의와 견제, 상호 존중의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약소국 연합'인 아세안이 단결해 대외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고 역외 강대국들이 아세안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았다. 이와 더불어 아세안 중심성에 대한 역외 강대국들의 이해와 참여가 더해져 아세안이 주최하는 다양한 회의체가 지금까지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0년 초반 중국의 굴기와 함께 세계 질서는 급변하였고 미·중은 전략 경쟁에 돌입하며 과거와는 달리 아세안 중심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있다.

 

역외 강대국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아세안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미·중 전략 경쟁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고 회원국 간 입장 차이는 갈수록 선명해지고 있다. 아세안은 과거처럼 강대국 간 의사소통과 협의를 위한 플랫폼의 역할을 더 이상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12년 남중국해 분쟁에 관한 회원국 간 의견 불일치로 아세안 사상 최초 외교장관공동성명 채택이 불발되면서, 분열된 아세안 시현 가능성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또한, 2021년부터 시작된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아세안의 효용성(effectiveness)에 대한 의문이 더욱 더 제기되고 있으며, 5개 합의사항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아세안회원국간 미얀먀를 보는 시각차가 큰 상황에서 아세안의 단합은 계속해서 시험에 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남아와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에서 향후5-10년 아세안의 적실성에 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아세안 중심성이 쇠퇴하면서 아세안은 독자적이고 중립적으로 지역 및 국제정세에 대처하는 능력을 갖춘 연합체로서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 현재의 국제정세에서 아세안이 지역협력에 주도적 역할을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세안이 연계성과 회복력을 강화하는데 실패할 경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참고자료

- Weekly ASEAN 202426

- 제57차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공동 성명

-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의장 성명 발표(한반도 문안)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0731_0002833565#

https://www.sedaily.com/NewsView/2DBYECAQ2L

-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40725000599

-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4073000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