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료(HK)


15-16세기 동남아의 축제와 오락 1_ 극장국가(Theatre State)

김인아 2013-06-04 00:00

극장국가 Theatre State



동남아시아의 풍요한 문화적 활동의 대부분은 기어츠(C. Geertz)의 말을 빌리면 "상징적 중심"으로서의 지위를 생생하게 나타내려고 했던 국가가 주도하였다. 그래서 경기, 연극, 음악, 무용은 지배자의 권력과 경이의 표현이며, 수 천명이 참가하는 엄청난 규모의 행사를 연출함으로써 지배자는 자신이 국가의 모든 면에 있어서 지주가 된다는 사실을 나타내려 했던 것이다. 그러한 왕실의 행사, 가령 즉위, 결혼, 장례, 성인식, 계절의 종교의례, 나라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의식, 외국사절의 접견도 대중적인 행렬과 오락의 기회가 되었다. 이런 국가적 행사에는 많은 군인들과 코끼리를 비롯한 각종 동물들을 등장시킴으로써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게 하는 것인데, 비단 육상 행렬뿐만 아니라 화려하게 장식한 왕실 전용선(galley)을 이용한 수상 행렬도 당시로서는 굉장한 볼거리를 제공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 웅장한 행렬의 규모는 당시 그곳을 방문했던 서양인의 기록에서 정확히 찾아볼 수 있다.

17세기에 있어서 왕의 권위를 나타내었던 가장 큰 연례 행사는 이슬람교와 불교의 종교적 의례였다. 16세기에서 17세기에 걸쳐 시암(Siam)의 가장 큰 왕실 행사는 우기가 끝나는 10월말의 '물거두기'(sending away of the waters)인데, 왕과 나가(Naga) 형상을 한 화려한 왕실 배의 신비적 힘이 우기에 불어난 물을 급속히 흘려 보낸다고 그 광경을 지켜 보기 위하여 모였던 사람들은 믿었던 것이다. 동남아시아의 왕실 행사에 대한 학자들의 관심은 주로 그 상징적, 의례적, 종교적 의미를 밝히려는데 있었지만, 그러나 그것이 지니는 사회적 기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대규모적인 행사나 축제는 당시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세 가지의 중요한 목적이 있었다. 국가의 권위나 위계질서에 참가하는 것, 공물을 매매하거나 증여하는 경제활동을 행하는 것과 오락이 그것이다. 당시 국가의 행사는 사람들을 위계질서의 중심으로 참가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이를 통하여 시장이 형성되어 사람들은 생산물을 교환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으며, 장엄한 행사에서 오락을 가지고, 그 행사의 일환으로 열리는 음악, 무용, 연극 등 각종 이벤트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참고자료>
Reid, Anthony. 1988. Southeast Asia in the Age of Commerce 1450-1680 Volume One Festivals and Amusements. New Haven and London: Yale University Press.